‘인문학 죽이기’에 대한 인문대학의 성명서

<인문대학 성명서>

 

  모든 학문의 근본은 인간을 연구하는 ‘인문학’이다. 이는 인간의 시작, 곧 인간의 가치탐구와 표현활동을 연구하면서 철학을 만들고, 인간의 언어와 문학을 탐구하고, 역사를 기록한다. 그리고 인간의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된 종교를 통해 인간을 연구한다. 점차적으로 이러한 인간의 탐구는 순수한 종교를 연구하는 신학과 인간의 사회, 자연과학, 경제계통으로 이어졌으며, 현대사회에 들어서 IT공학, 사회복지, 특수체육, 재활학과 등으로 세분화되고, 파생되었던 것이다. ‘인간’에서 시작된 이 모든 것은 ‘인간’으로 끝이 난다. 즉, 그 시작과 끝을 자리하는만큼 ‘인간’없는 세계는 없으며, 인문학이 부재한 상태에서 어떠한 학문도 존재할 수 없다. 인간이 없는 학문은 없으며, 인간이 중심 아닌 학문도 없는 것이다.

  하지만 한신대학교에서는 참으로도 아이러니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인간을 탐구하고 연구하는 최고 ‘고등교육기관’인 ‘대학’에서 인문대학의 붕괴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학교당국은 현대사회에서 인문대학의 붕괴를 ‘어쩔 수 없는 현상’으로 비추어 본다. 취업을 위해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이 취업에 어렵다는 이유로 인문학 공부를 포기하고, 자연계열이나 사회과학계열, 혹은 IT계열과 같이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인재’가 되기 위해 전과를 선택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선택을 인문학과의 정원율을 감소시키는 주된 원인으로 삼고, 한신대학교를 포함한 수많은 대학이 ‘정원율 30% 감축’이라는 결정을 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대학은 학생들의 움직임을 ‘어쩔 수 없는 현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움직임의 원인을 학생들과 함께 고민하고 적극적인 태도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부해야 하는 태도를 취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 학교는 오히려 이러한 현상을 ‘탓’하고 ‘기회’삼아 인문대학을 죽이려한다.

현재 본교에서는 10월 14일 이후 교무회의에서 인문대학 중, 종교문화학과 ․ 철학과 ․ 독어독문과의 정원을 30% 줄이는 결정을 하였다. 나아가 전과율을 30% 증가시키고, 교직이수를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였다. 심지어 대학 처장 중 한 교수님은 ‘진리, 사랑, 자유가 밥 먹여주느냐?’는 말을 던지기도 하였다. 이것이 지금의 한신대학의 본 모습이다. 취업률과 실적, 수치와 통계를 절대기준으로 보면서 대학과 학문을 평가하는 것이 현재 한신대학교인 것이다.

  학교당국이 내린 결과에 대해 향후 10년간 미래를 예상하건대, 철학과와 종교문화학과의 경우 근 3년 안에 한신의 역사 속으로 ‘아주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통폐합되거나 사라질 것이다. 인원의 감축은 교원의 감축을 뜻하며, 수업의 다양성이 줄어든 학과는 자연스럽게 입지나 입시경쟁률, 학문적 매력은 감소할 것이다. 그 과정 속에서 조기교육이 잘된 신입생은 지속적으로 들어올 것이며 그들은 인문학의 맛도 모른 채 취업을 위해, 사회흐름에 적응하는 한 구성원으로서 사회과학이나 IT계열로 입학하고 어문학계열 학과의 인원은 점차 줄어들 것이다. 나아가 인문대학뿐만 아니라 한신대학 수많은 학과가 취업률이나 경쟁률이 줄어든다면 언제라도 대학운영진에 의해 현재 3개 학과와 같이 철퇴를 맞을 것이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지금도 인문대학의 수많은 학과에서는 인간의 근본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있다. 인간 본연의 모습을 파악하고, 근본과 성향 등의 기초를 연구하는 학문을 하기위해 지금도 수많은 학생들이 등록금을 내고, 학문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학교당국의 눈에는 그 ‘학생’들은 총원율의 일부이며, 등록금이고, 향후 취업률에 불과하다.

하지만 한신대학교에서 분명히 간과하는 한 가지가 있다. 현 학교당국이 원하는 상은 인문대학과 같이 기초학문을 하는 학과가 모두 사라지고, 경쟁률 ․ 취업률이 높은 사회과학대학과 휴먼서비스 대학, IT공학대학만 존재하는 대학일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기본을 연구하지 않는 대학에서 인간의 부가적인 행태, 서비스와 같은 연구만을 하는 대학의 모습이 과연 옳은 상인가? 인문대학이 붕괴된다면 한신대학교 역시 붕괴하고 말 것이다. 단순히 사회적으로 ‘대학구조조정’이라는 조류에 편승하여 ‘대학발전’이라는 미명하에 진정으로 중요한 것, ‘진정한 대학의 의미’를 놓치고 가는 학교당국을 본 인문대학은 규탄하고자 한다. 본 성명서에 대해 학교당국은 분명 “이번 감축에는 IT계열까지 포함되어있어 ‘인문대학 죽이기’가 아니다.”라는 논리를 펼치며 능구렁이처럼 대응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 인문대학학생들은 더 이상 어리석은 학교의 태도에 가만히 앉아있는 바보가 아니다.

 

  본 한신대학교 인문대학 학생들은 ‘눈 가리고 아웅’식의 대학운영과 인간과 학문을 취업률과 경쟁률 등으로 생각하는 대학, 그리고 인문대학을 모두 죽이고, 경쟁률이 높은 유아교육학과와 노인복지학과 따위를 만들어서 겉만 번지르르한 학교로 장식하려는 학교당국을 규탄한다. 그리고 우리는 더 이상 당하면서 숨죽이고, 맞으면서 뒤에서 웅크리고 눈물 흘리는 학생의 태도를 보이지 않을 것이며, 이러한 학교당국의 논리를 들으면서도 가만히 ‘아, 그런가보다.’하고 넘어가는 철부지 어린아이같은 행동도 하지도 않을 것이다.

 

우리는 당당한 민족한신 속에서 진리와 자유, 사랑을 배운 대학생이다.

 

우리의 권리 우리가 찾을 것이며, 한신대학교의 참 모습도 우리가 찾아올 것이다.

 

그것이 민족한신 인문대학 학생들이 원하는 것이며, 우리가 배운 학문의 결과이다.

 

망가질 대로 망가지고 붕괴될 대로 붕괴되어버린 한신대학교의 고유한 학풍과 대학을 우리의 손으로 다시 일으켜 세울 것이다.

 

 

2011. 10. 20

 

민족한신 인문대학 비상대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