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글에 이어 씁니다)

 

2. 현대시론

 

이 과목의 성적을 산출하는 근거 자료가 되었던 것은 아래 네 가지였습니다.

 

요소

중간고사

기말고사

수업중발표

출석

총계

만점

40

60

30

10

140

평균

19.5

26.8

19.7

8.23

71.9

최고점

32

41

28

10

98

최저점

7

6

0

3

17

비고

 

 

<유선애상>과제포함

 

가중치 산입후

 

위 표에서 보다시피 ‘출석’은 비중이나 영향력 면에서 작지만 그러나 최저점 3점을 맞은 학생을 생각한다면 유의미하지 않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10점 만점에 1회 결석시 1회 감점, 3회 지각 시 1회 결석으로 처리하였습니다. 이 항목에서 3점을 맞은 두 명의 학생은 학칙에 따른다면 F 학점이 나갔어야 할 것이지만 일단 점수를 주었습니다.

‘수업 중 발표’는 여러분들이 수업을 위해 학교 이-러닝 학습자료 난에 올려놓은 시 작품 해설 2편과 <유선애상> 해설(일부 학생의 경우는 세번째 발표)을 평가한 것입니다. 한 번 제출에 10점 만점으로 처리하였으며 세 번 모두 제출하였다면 거의 대부분 20점 내외 이상이 나왔습니다. 따라서 제출을 하지 않은 학생의 경우에는 그 감점 폭이 커졌습니다. 한편 수업 중 활발한 참여를 보인 학생에 대한 가점은 이 항목에서 일부 주어졌습니다.

그러나 아무래도 성적 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두 번의 시험이고, 그 중 기말고사의 영향력이 좀더 컸습니다.

 

한편 강의계획서에도 명시되어 있고 학기초에도 공언했던 대로, 학년 역진 평가제가 도입되었습니다. 강의계획서 상에는 ‘학번’으로 되어 있습니다만, ‘학년’으로 처리하는 것이 온당한 것 같아 약간의 변경을 가한 셈입니다.

그 내용은, 인문대학 어문학부(문예창작학 포함) 학과 학생(복수전공생 포함)으로 3학년 학생은 본래 취득 점수의 95%를, 4학년 학생은 본 점수의 90%를 최종 점수로 인정한다는 것입니다. 이 과목이 국어국문학과 2학년 대상 과목이고, 문학에 대한 이해란 것이 문학 및 인간 심화의 정도에 따라 편차를 드러내는 만큼, 그로 인한 저학년의 상대적 불이익을 상쇄하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어느 정도의 작용을 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가장 좋은 점수를 받은 학생은 국문과 2학년 안미경 양이었습니다. 굳이 최고점자를 밝히는 것은, 기억들 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언젠가 수업 시간 초두에 잠깐 학생처에 근무하는, 우리 졸업생이기도 한 신두환 군이 장학금에 관한 설명을 한 바가 있었습니다. 그때 학교 기념품인가로 무언가를 하나 놓고 갔었는데요(속의 물건이 무엇인지는 모릅니다, 당시 무어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잊었습니다). 그때 그걸 학기말에 성적이 가장 좋은 학생에게 ‘증정’하겠노라고 했었지요? 그 주인을 밝히기 위해서 이름을 거명하였습니다. 안미경 양이 방중에 찾아갈 수 있다면 찾아가시고 어렵다면 신 학기 개학 후 전달하겠습니다.

 

성적에 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기로 하고, 이제 시험에 관한 말을 해보겠습니다.

 

먼저, 중간고사.

 

중간고사의 대상 작품은 김지하의 <서울길>, 조지훈의 <낙화>, 정지용의 <카페 프란스>, 이성복의 <금빛 거미> 였고, 그 뒤에 택일하는 문항으로 정현종 <섬>에 관한 나름대로의 해석, 그리고 서정시의 정서적 특징을 발생론적으로 설명해보는 것 등이 있었지요,

모두 다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조지훈과 정지용의 시에 대한 응답 상황이 좋지 못하였습니다. 전체적으로 보아 무난한 시편들이라고 저는 자평하고 있습니다만, 이같은 특징적 양상이 나타난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중간고사에 대해서는 이미 일종의 모범답안 비슷한 것을 제시한 바 있으므로 여기서 논의를 맺겠습니다.

 

다음, 기말고사.

 

기말고사는 <이별가>(박목월), <오월>(김영랑), <안개>(샛강), <나는 너다130>(황지우), <동백: 미황사에서>(박남준)를 대상으로 한 문제들과, 말미의 이론적인 문제들--운율의 정의, ‘문학 자체가 넓게 보자면 패러디이다’, 현대시가 난해해지는 이유, 소설에 비해 시가 유리한 점 등을 설명하는 것--로 되어 있었지요.

 

<이별가>에 대한 응답은 대체로 무난했지만, 인연의 객관적 상관물(=이미지)을 찾는 데서는 의외로 실수가 많네요. 동아밧줄과 바람이지요. 썩어 끊어지는 것과 그럼에도 계속 이어지는 것을 들이댐으로써 이승과 저승에서의 인연의 斷續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지요.

한편 죽음의 (길의) 원형 상징으로 강이 구사된 작품을 찾아보라는 데서는 엉뚱하게 인당수 등의 바다가 나온 것들이 제법 많네요. 크게 보아 강과 다른 속성은 아니지만 문제 자체가 강을 묻고 있는 것인 만큼 오답 처리하였습니다.

 

<오월>에 대한 응답은 예상보다 훨씬 저조합니다. 단순한 시인데 혹시 너무 어렵게 읽었나요? 산봉우리에 대한 말은 ‘너도 짝을 찾아 오늘밤 어디로 가겠느냐?’는 것이지요, 더 나아가 읽는다면 <모란이 피기까지는>에서도 드러났던 미의 순간성에 대한 아쉬움이 이 구절에서도 읽히지요. 오월은 ‘밝음, 휘황함, 활기, 생명력’ 등의 속성으로 나타나고 있고요.

 

<안개>에 대한 응답은, 문제의 성격이 시 자체에 기울어져 있지 않아서인지, 좋았습니다. 아무래도 여러분들이 ‘이론에는 강하고 실전에는 약한’ 경향을 드러내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안개’의 사회역사적 의미는 본래는 역사적 전망의 불투명함을 묻는 것이었는데, 질문 자체가 다소 모호하게 되어 있다고 판단하여 산업화와 관련된 답변도 모두 받아들였습니다. 패러독스와 아이러니의 우리말은 각각 역설과 반어이지요. 이 둘을 혼동한 학생들이 제법 있었습니다. 정확히 알아두어야 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황지우 시에 대한 응답은 정말 기대 이하였습니다. ‘사식집’에 대한 풀이가 상당수 잘못된 것은 아마도 ‘사식집’이 아니라 ‘사전적 의미’를 오해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사전적 의미란, 비유나 상징적인 의미가 아니라 단어 본래의, 즉 외연적 의미를 가리키는 것입니다. 여기서는 작은 인쇄소 정도로 요약할 수 있는 풀이를 제시하면 되는 것입니다. 무언가 오해가 있었는지 감옥이나 유치장의 사식과 연관시킨 오답이 많았습니다. ‘대상이 가던 비단길’은 그 밑 행의 ‘살아서, 여럿이, 가자’와 상대되는 의미로 이해하면 되는 것이었는데 ‘재미있는’ 답들이 많았습니다.

 

아마도 여러분 대부분이 처음 보았을 <동백>을 통해서 제가 알아보려 했던 것은 여러분의 시 독해 능력이었습니다. ‘(生이라는) 욕망’을 읊은 시이지요. 여러분들 응답은 크게 세 유형입니다. 생과 결부시켜 욕망으로 제대로 읽은 응답, 욕망을 간취하였으면서도 그것을 엉뚱하게 사랑이라든가 정치적 의미라든가와 결부시키고 있는 지나치게 일상적인 혹은 ‘오바’적인 오독, 셋째 전혀 엉뚱하게 읽은 경우. 제가 <참조사항> 라.에서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하였음에도 둘째와 같은 오독이 나오는 것은 이 강의 첫 무렵에 여러분에게 강조했던, ‘우의적으로 시를 읽지 마라’라고 하는 주문이 아직 제대로 들어가지 않은 것으로 생각됩니다. 제 탓인지, 여러분들 잘못인지, 아니면 모두 다 인지, 그도저도 아니면 또 다른 이유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시는, 일단은, 문면 그대로 읽어 보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이 점을 잊지 말아 주시기 거듭 부탁드립니다.

 

평가를 마치면서 다시 한번 여러분에게 전합니다. 시는 기본적으로 의사 전달의 한 방법입니다. 이 점을 잊지 말아 주십시오.